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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로판/030] 시한부 엑스트라의 시간

장르소설 보는 폼폼 2021. 8. 14. 10:50

#로맨스판타지 #가족후회물(손절을 곁들인) #시한부여주

 

 


 

시한부 엑스트라의 시간 | 자은향

 

평점

 

★★★☆☆ 3.0/5.0

이 소설... 분명 회빙환이 아닌데 익숙한 K장녀의 냄새가 난다

 

줄거리

 

가문의 후계자인 오빠,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병약한 막내동생들 사이에 껴 평생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고 인내해야했던 여주. 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드물게 발현된다는 불치병 탓에 시한부 선고를 받은 그녀는 가족을 벗어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기로 다짐한다.

 

리뷰 (※스포일러 포함)

 

빙의자도 환생자도 아닌 여주에게서 K장녀 향이 느껴진거야... 줄거리만 봐도 왜 그런지는 알 수 있다. 여주는 답없는 부모의 둘째이자 장녀로 태어났다.

 

자기들이 어디 의지할데 없이 키워서 그런 성격으로 만들어놓고 어른스러우니까, 애교가 영 없어서, 조금 지난 후에는 늘 그래왔으니까 라는 시덥잖은 이유로 인내할것을 강요받는다. 장남은 불쌍한 눈으로 인간음식 탐내는 강아지에게 주는 수준으로 동정심이나 조금 내비칠뿐 자기가 누리는 것들 포기하고 여주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는 위선자고, 저런 환경에서 큰 쌍둥이 동생들은 여주에게 관심과 희생을 요구하면서도 조금이라도 여주에게 관심이 갈라치면 그걸 참지 못하는 머저리들이다.

 

그런 환경에서 쭉 살아와서 나를 위해 무언가 한다는 것, 가족의 사정을 신경쓰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산다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있던 여주가 마침내 자기가 살아온 모습을 돌아보게 된 건 하필이면 시한부 선고를 받은 다음이다. 갑갑하다. 자기 하고 싶은대로 살아보려고 생각했지만, 몸은 몸대로 망가져있고 남은 시간도 얼마 안된다.

 

더 속이 터지는 건, 여주를 그런 시한부 몸으로 만든게 이 퍽퍽한 가족들 사이에서 여주 삶에 유일한 위안이 되어주었던 그림이라는 거다. 조금이라도 더 살고싶으면 그림을 그려선 안된다고 하는데 이게 여주의 유일한 기쁨이라 그만 둘 수도 없고 그만 두고 싶지도 않은 것... 

 

익숙한 맛이다. 어제 점심으로 먹은 고구마가 딱 이만치 팍팍했던 것같다. 

 

이 소설에서 시원한 구간은 얼마 안된다. 여주는 항상 아프고, 삶에 미련이 조금 생겼을 즈음엔 이미 남은 시간이 정말 없어져서 해피엔딩조차 시한부 해피엔딩이다. 외전에서 다른 방법 찾았는진 모르겠는데 아무튼 본편에선 시간만 벌어놓고 여전히 여주는 죽을 병과 함께함. 남주가 북부대공이지만 상식적이고 아픈 사람을 돌볼줄알고 여주에게 헌신적인건, 여기서 더 갑갑하게 만들면 혈압으로 병원 실려가는 사람이 속출할까봐 그런것 같다.

 

나는 사람들이 사이다 찾게 만드는 소설을 꽤 좋아하지만... 이건 보면서 정말 속이 터졌다. 과몰입도 과몰입인데 결말까지 그렇게 안타까울건 뭐란말인가... 아련해서 좋긴한데 이렇게 짧게 사랑받다 가기엔 여주 인생이 너무 불쌍하잖아...(그냥 과몰입 맞음)

 

그럼에도 이 소설이 좋았던 점은 가족 후회물이지만 용서가 함께하는 후회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냥 가족들이 후회만 한다. 만약 여주가 자길 찾아온 가족들을 용서해주고, 가족들은 눈물로 속죄하며 여주의 마지막을 지키는... 이런 전개였다면 정말 인생 최악의 소설 삼을 자신이 있었는데... 북부까지 찾아와서는 아무리 섭섭해도 그렇게 말도 안한건 네가 잘못했다를 시전하는 가족들에게 각자 갈길 가자고 연을 끊는 부분은 정말 이소설 최고의 사이다라고 할 수 있었고...

 

그놈의 가족애, 피는 물보다 진하다가 다 뭐라고 잘나가다 갑자기 용서와 화해 어쩌고를 시전하는 소설들은 반성하길 바란다... 백설공주 계모마냥 치명적인 벌을 받길 바라는 것도 아닌데 그깟 연을 못끊을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가족이 가족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면 같이 안 살아도 돼! 아무도 반성하며 옆에 붙어있는거 원하지 않아! 더구나 여주 인생이 시한부인데... 뛰어난 재능이 있어서 죽고나면 여주가 남긴 그림들이 가족들것이 될텐데... 갑분 러브앤피스...? 혈압만 오를 뿐이다. 콩고물도 남겨주지 말고 손절해야한다. 지금이 21세긴데 가족이라는 이유로 모든 걸 용서받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난지 오래라고!

 

그러니 이런 종류의 다 아는 맛인데도 갑갑하고 눈물나는 내용 좋아하고 조금 먹먹한 결말이라도 괜찮다면 이 소설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보는 내내 속이 터지긴 해도 적어도... 지난 날들에 대한 용서와 화해, 그리고 눈물... 이런 내용이 있는 소설은 아니니까. 나는 정말 과몰입 해서 잘 봤다. 하지만 두 번 읽고 싶진 않고 비슷한 내용의 소설을 또 보고 싶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