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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로판/008] 구경하는 들러리양

장르소설 보는 폼폼 2021. 6. 23. 23:07

#로맨스판타지 #책빙의물

 

 


 

구경하는 들러리양 | 엘리아냥

 

평점

 

★★★☆☆ 3.4/5.0

분량이나 내용이나 깔끔한 가볍게 보기 좋은 개그물.

 

줄거리

 

악녀 옆에 붙어서 여주를 괴롭히다가 탈탈 털리는 조연에 빙의한 주인공. 기왕 빙의한 김에 조연에서 비중을 대폭 늘려보려 했지만 빙의 10년차, 남주들과의 친분은 커녕 만남조차 일어나지 않는다. 그녀는 기왕 이렇게 된거 여주 옆에 붙어서 '야수의 꽃'의 진행을 구경이나 하기로 마음먹는다.

 

리뷰 (※스포일러 포함)

 

진짜 가볍게 웃고 싶을때 개그 코드 맞는 사람이 보면 짧고 굵게 즐길 수 있음. 나름 내용도 좋은 흐름이라 세계가 정한 역할에서 벗어나는 등장인물들 보는건 흐뭇했고, 주인공 버프를 잃어버린 원작 여주의 후일담은 씁쓸했고... 그런 모두가 행복하게 원하는걸 손에 넣진 못하는 모습 보여주면서도 필요 이상 무게를 얹지 않아서 좋았음.

 

원작 여주 파트는 다른내용 다 날려먹어도 아직 기억날만큼 인상적이었다. 본편에서 이벨린이 여주인공 버프를 통해 본인이 노력한 것, 가진 것 이상의 관심과 애정을 받았고 그렇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엔 선하고 다정하지만 버프가 사라진 후엔 적응하지 못하고 본인 나이에비해 어린 행동들을 보이는데, 그부분 읽을때 난 '아 그렇지. 저렇게 자랐으면 차라리 이런 성격이 된다고 보는게 맞지...' 하면서 이후에 이벨린의 성격이 특별히 바뀌지 않을거라고 판단했었음.

 

근데 외전에서 잠시 이벨린과 황제가 된 황태자의 5년 후가 나오는데 거기가 넘... 본편의 이벨린은 버프가 막 거두어진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라떼에게 남주 후보들 돌려달라고 우겨대는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어린 모습을 보여주는데, 외전에선 자신에게만 향하는 모두의 관심과 사랑이 계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온전하지 않은 반쪽자리 사랑에 만족하게 되었다는 묘사와 함께 현실을 수긍하고 안정된 모습을 보임. 근데 그게 좀... 어릴땐 내가 세상의 중심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커가면서 세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고 대체로 그 사람들의 인생에서 나는 조역도 되지 못하는 엑스트라인 편이며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그런걸 깨닫고 어른이 된 조카 보는 기분이라... 좀 씁쓸하더라.

 

독자중엔 이벨린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뭐 짜증나는 구석이 있긴 했어도 걔가 죽을죄를 지은것도 아니고 어떻게보면 원작이 제공하는 억지력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독자 입장에서야 야 그게 말이 되냐. 어떻게 세상 사람들 관심이 전부 니꺼야. 하고 욕할수도 있지만 그게 이벨린의 인생에선 당연한 것이었고, 어제까지 손내밀면 웃으며 잡아주던 사람들이 무관심해지고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던게 사실 마땅히 주어져야할게 아니었단 사실을 인정하기까진 어떤 사람이더라도 유예가 필요한 법임. 그래서 라떼에게 다른 사람들을 돌려달라고 빡빡 우기는 부분도 그렇게 미워보이지 않았음. 그냥 좀 안타까웠을 뿐.

 

갠적으로 넹글돈 여우같은 마탑주 남주 참 좋아하는데 이때부터 아마 그 취향이 생긴 것 같음.